ChatGPT 때문에 위상을 조금 잃었지만 스택 오버플로우(Stack Overflow)는 개발자들의 고민을 해소해주는 커뮤니티다.
그런데 스택 오버플로우에 답변을 달 때 링크만 달랑 올리면 수많은 싫어요를 받을 수 있다.
링크만 있는 답변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링크가 더 이상 동작하지 않을 수 있다.
2.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지나가는 사람이 길을 물었는데 여행자 센터를 가리키면서 “저기 물어보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물론 아무 응답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은 답변이지만 그렇다고 충분한 답을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답을 알고 있다면 직접 답을 알려주는 것이 낫다.
회사에서
이런 상황은 회사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신규 입사자가 무언가를 물어보았을 때 직접 알려줄 수 있음에도 링크를 전달하며 직접 읽어보라고 하는 경우다.
주로 이전에 논의가 오갔던 채팅이나 정리된 문서 링크를 전달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신규 입사자가 직접 전체적인 문맥을 파악해 빠르게 업무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점은 불필요한 정보까지 모두 습득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배경지식 없이 바로 깊은 수준의 업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결론이 나와있는 상태라면 굳이 모든 과정을 다시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가뜩이나 받아들여야 하는 정보가 많은 상태인데 불필요한 정보 전달은 줄이는 것이 좋다.
오해를 줄이기 위해 조금 더 설명하면, 링크를 전달하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 아니다.
설명 없이 링크만 전달하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동료에게 언제나 결론만 알려줘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자신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 상대방에게 정제되지 않은 정보를 건네는 것이 잘못됐다는 말이다.
직장 내의 정보 격차를 이용해서 행패를 부리면 안 된다.
더 문제가 되는 경우는 대화 기록이나 문서가 잘못된 정보를 포함하는 경우다.
대부분의 경우 구두로 나눈 대화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상에 존재하는 데이터는 대부분 부족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포함할 확률이 높다.
기껏 모든 데이터를 다 읽고 이해했는데 나중에 보니 잘못된 데이터라면 얼마나 허탈할까?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직접 설명하는 것이 동료를 진정으로 배려하는 일이다.
내 시간을 잠깐 할애하여 동료의 시간을 아끼는 것이 결국 팀의 시간을 아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 시간과 남의 시간을 구분짓는 것 자체가 협업 관점에서는 잘못된 사고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핑프 막기
이제 다음과 같은 반문을 할 수 있다.
“사소한 것까지 전부 물어보는 사람이 있으면 내 업무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지 않나?”
간단한 정보조차 스스로 검색하거나 찾으려 하지 않고 주위에 물어보는 사람을 소위 핑프라고 부른다.
핑프 = 핑거 프린스(또는 프린세스)
앞에서 말한 신규 입사자가 만약 핑프라면 힘들다. 하지만 처음부터 동료를 핑프라고 단정짓지 말자.
반대로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정보를 탐색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도 비효율적이다.
만약 상대방이 핑프라고 느껴지면 그래서 나의 업무에 방해가 된다면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다.
1.
답변 시간 고정하기
수시로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출근 직후, 점심시간 이후, 퇴근 전 같이 미리 정한 시간에만 답변한다.
상대방은 그 전까지 충분히 탐색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나는 충분한 업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2.
정보 탐색법 알려주기
만약 잘 관리된 지식 저장소가 있는데도 자꾸 물어본다면 이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자.
간혹 지식 저장소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사용법을 충분히 숙달하지 못해 질문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같은 내용에 대해 반복적으로 질문이 발생한다면 문서로 정리한다.
3.
명확하게 이야기하기
그럼에도 해결이 안된다면 가장 마지막에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상대방의 질문 수준에 충분한 고민과 노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명확하게 나의 생각을 전달한다.
대신 감정적으로 이야기해서는 안되며 가급적 ‘나 화법’을 이용하자.
“지금 작업에 집중하고 있어서, 다른 사람이 말할 때 집중이 잘 안 돼요. 잠시 후에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정리
<링크만 전달하기 vs. 모든 질문에 답변하기>는 극단적인 예시다.
현실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두 가지 경우의 중간 정도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후자를 선택하겠다.
개인적으로 오버 커뮤니케이을 선호한다.
경험상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해야 그나마 조직 내의 정보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오버 커뮤니케이션은 지식의 평형을 맞추는 노력으로 기본적으로 엔트로피를 거스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이룰 수 있는 상태다.
비록 내 업무에 영향을 받더라도 최대한 동료를 도와보자.
<기브앤테이크>에 따르면 기버(Giver)가 결국엔 승리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돕는 행동이 장기적인 신뢰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때문이다.
테이커(Taker)의 행동은 일시적으로는 유리해 보이지만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사람들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