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인간 정신을 3단계로 분류했다.
마지막 단계까지 이르면 니체가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인 위버멘시에 이를 수 있다.
인간의 복잡한 삶을 고작 세 단계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니체는 인간이 어떻게 정신적 성숙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루는지 간단하지만 명쾌하게 정리했다.
복잡한 개념을 단순하게 모델링 하는 것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프레임워크다.
특히 새로운 것을 학습할 때 니체의 인간 정신 3단계 사상을 자주 사용한다.
학습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정신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글에서는 니체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3단계 학습법에 대해서 공유한다.
인간 정신 3단계
먼저 각 단계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보자.
1단계는 낙타의 단계다.
니체는 인간이 낙타의 단계를 통해 사회의 규범과 도덕적 가치 등을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마치 낙타가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건너는 것처럼 외부로부터 부여된 의무와 책임을 짊어지고 묵묵히 이겨내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 순종과 복종에 대해서 배운다.
2단계는 사자의 단계다.
이제 인간은 기존의 가치와 규범을 거부하고 새로운 자아를 찾기위해 반항하기 시작한다.
사자는 자유와 독립을 상징하는데 낙타가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 단계는 혁명적이고 파괴적인 성격을 띠며 기존의 가치 체계를 무너뜨리는 과정을 겪는다.
3단계는 어린아이의 단계다.
마지막 단계는 창조와 새로운 시작을 뜻한다.
마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
이 단계에서 스스로 삶의 의미를 정의하고 진정한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을 거친다.
3단계 학습법
니체의 인간 정신 3단계는 인간의 삶을 세 단계로 분류해서 이해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학습할 때, 그것이 정신에 안착되는 과정도 동일하게 한 인간의 삶처럼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축구를 배운다고 해보자.
비록 축구를 예시로 들지만 신체 활동이 없는 영역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1단계: 낙타의 단계
먼저 1단계 낙타의 단계에서는 지식과 원리를 있는 그대로 흡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최대한 많은 직간접 경험에 노출되는 것이 좋다.
최대한 공을 많이 차보며 발끝 감각을 익혀야하고, 축구 경기도 많이 봐야한다.
아니면 단순하게 달리기를 통해 기초 체력을 기르는 것도 낙타의 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
낙타의 단계를 충분히 겪고 나면 익숙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더 이상 달려도 숨이 가쁘게 차지 않고 운동장 위에서 겪는 모든 상황이 낯설지 않다.
이제 비로소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1단계는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반드시 이 과정을 충분히 겪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묵묵히 기초를 다져야한다.
사실 1단계의 중요성은 이미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 되었다.
가볍게 세 가지 사례만 알아보자.
다시 축구로 돌아가면, 손흥민 선수는 어린시절부터 매일 하루에 1,000번씩 감아차기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다양한 훈련을 마치고 추가 훈련으로 말이다.
이 때 익힌 감각으로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지금은 골대를 보지 않고도 어떻게 찰지 바로 안다고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나무를 베기 위해 6시간이 주어진다면 4시간을 도끼를 가는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이 때 4시간이 낙타의 단계에 해당한다.
6시간이 주어졌을 때, 곧장 도끼를 집어들어 나무 기둥에 휘두르고 싶은 충동이 든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도끼 날을 날카롭게 연마하는 것이 오히려 더 빨리 일을 마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마지막 예시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간단하게 말하면, 전문가가 되기 위해 최소한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이론이다.
이 법칙 역시 낙타의 단계를 의미한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의 연습으로 충분한 숙련도를 쌓아야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잘못 이해하는 사람은 1만 시간만 달성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연습한 시간과 실력은 결코 정비례 하지 않는다.
도구의 숙달은 전문가의 길로 들어서는 입장권에 불과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발전이 없는 이유는 2단계를 충분히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2단계: 사자의 단계
사자의 단계는 기존에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에 질문을 던지고 다르게 생각하는 단계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나만의 오답노트를 계속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축구를 예로 들자면, 경기를 뛰면서 언제 패스하면 좋을지 언제 슛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것과 같다.
다만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실패를 통해 정답을 찾는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
사자의 단계를 지나쳤을 때 겪는 문제는 아는 것은 많은데 활용할 줄 모르는 것이다.
이전 단계를 통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익혔어도 2단계가 없다면 자신의 지식으로 체화되지 않는다.
간혹 정답은 아는데 명확한 원리를 설명 못하는 지식이 있다.
그런 지식들이 사자의 단계를 거치지 못한 정보들이다.
사자의 단계를 거쳐 자신의 언어로 정리된 논리들은 3단계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
이 과정에서 치열하게 질문하고, 고민하고, 구조화 해야 한다.
다행인 점은 낙타의 단계를 거치면서 동시에 사자의 단계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각 단계는 완전히 분절되어 있지 않다.
처음부터 깊은 고민을 하기 어렵지만, 기본기를 갈고 닦으면서도 모든 것에 의문을 갖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1단계와 2단계를 얼마나 치열하고 깊이 있게 보내는 지에 따라 3단계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3단계: 어린아이의 단계
이제 어린아이의 단계에 도달하면, 그동안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
마치 피카소의 추상화처럼 모든 것을 초월하여 자신만의 가치와 사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이 때 모든 창작의 과정은 즐겁고 종종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완전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단계다.
드디어 전문가라고 불릴 수 있는 순간이다.
마치며
3단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1,2단계에서 포기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이해하고 있으면 배우는 과정에서 크게 조급함을 느끼지 않는다.
진정한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묵묵히 바닥을 다지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떤 영역에서든 어린아이의 단계를 꼭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엄청난 성취와 몰입의 경험은 새로운 도전을 할 때 두려움을 없애준다.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끝으로 오늘도 자신만의 전장에서 치열한 하루를 보내는 나를 포함한 모든 낙타와 사자들에게 심심한 응원을 보낸다. (끝)